아주 오랜만에 레코딩 세션 후기인 Session Note 포스팅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즘 육아로 인하여 하루에 두시간 정도 자며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는데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 머리속이 텅~ 비어있지만 한번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이번 세션 노트는 스튜디오 재즈 빅밴드 레코딩입니다. 밴드는 John Macleod’s Rex Hotel Orchestra 로써, 캐나다 토론토에서 아주 오랜시간 활동을 하고 있고 또 토론토의 재즈 빅밴드의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는 토론토 적인 빅밴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밴드 입니다.
제가 아주 예전에 티스토리에서 사용하던 블로그에 제가 이 밴드에 레코딩 세션에 처음 참여했던 후기가 있었는데요,
http://homerecording.tistory.com/182
이때는 어시스턴트로 참여했었는데 이제는 엔지니어로 참여를 하게 되니 그래도 지난 몇년동안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며 스스로 토닥 하게 되는 날이였던 것 같습니다.
밴드 디렉터와의 미팅을 통하여 알게된 것은 저번 앨범의 사운드가 너무 좋았고 그 사운드에서 큰 변화 없이 이번 앨범도 만들고 싶다, 심지어 악기들의 배치와 구성도 같게 하고 싶다 였습니다.
천만 다행일까요? 5년전 레코딩 세션의 사진과 마이크 리스트 패치 등 모든 정보를 저장해 놓았었기 때문에 정말 모든 세팅을 그대로 “구현” 할 수 있는 발판이 존재했습니다. 저 같은 어시스턴트 어디서 구할 수 있었으면 구해서 항상 녹음 같이 데리고 다니고 싶어지는 순간이였습니다 ^^;
밴드의 구성과 데모 음원을 받고 만든 패치 리스트 입니다. 실제 녹음때는 조금 바뀌었지만 아이디어는 같습니다. 모든 프리앰프는 SSL Duality 콘솔 프리앰프를 사용하였으며 베이스는 노이만의 디지털 마이크 3대, DI 는 UA 6176 그리고 피아노는 밀레니아 프리앰프를 사용하였습니다.
밴드가 도착하기 전 날 이미 Floor 셋업과 마이크 패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제가 5년전 녹음했던 이 밴드의 Console Recall 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프리앰프 레벨도 5년 전처럼 리콜이 되어있는 상태로 다음 날 밴드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물론 사운드 체크에서 많은 부분들이 바뀌긴 하였지만요)
베이스는 부스에 들어가 있으며 드럼의 양쪽에 큰 Gobo 와 드러머 앞에 두개의 작은 Gobo 를 제외하고는 악기들간의 소리를 isolation 하기 위한 별도의 Gobo는 없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트럼본엔 U87, 피아노는 당일 사운드 체크 이후에 이불을 덮어 소리를 차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는 트럼펫에는 리본 마이크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예전 세션에서 트럼펫에 모두 노이만의 M147 마이크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그 전 사운드에 맞추기 위하여 m147 를 설치하고 솔로 트럼펫 마이크만 Coles 4038 을 추가하였습니다.
섹소폰에는 TLM170 그리고 악 섹소폰의 더블링에는 KM184 를 사용하였습니다.
보컬 녹음이나, 부스에서 따로 솔로를 하고 싶어하는 뮤지션은 이렇게 부스에서 따로 녹음을 하였습니다. 어떤 소스 앞에 두어도 소리가 좋은 마이크를 선택했어야 했는데요,
섹소폰에 이미 TLM170 을 다섯개 모두 사용했어서 저의 개인 마이크 TLM170 을 가져와서 설치하였습니다 🙂
베이스에는 Neumann D-01 디지털 마이크를 로우에, 하이에는 D184 디지털 마이크를 XY 포지션으로 놓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론 이렇게 베이스에 많은 마이크를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전 세션과의 통일성을 위하여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순서대로 놓여있는 튜브 마이크들..
John Macleod 재즈 빅밴드는 다른 Traditional 재즈 빅밴드에서 흔하지 않은 French Horn 이 두 파트로 존재합니다. French Horn 에는 노이만 M150을 사용하였습니다.
밴드 구성원이 워낙 많다보니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Aviom 모니터링 시스템 박스가 부족해서 솔로를 하는 작은 부스에는 이렇게 저의 10년 된 버린거 믹서를 사용했습니다.
버린거 버린거.. 자꾸 누가 버리라고 해도 꽁꽁 싸매고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빛을 바라게 되었네요 ^^
Aviom 박스는 최신 A320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실망스럽게도 예전 Aviom 모델은 파워 서플라이를 따로 설치하여 여러대의 Aviom 을 Daisy Chain 하여 묶어서 그 갯수를 계속 늘릴 수 있는데, 이 “최신” 시스템은 Ethernet 으로만 파워를 받기 때문에 박스 숫자의 한계가 Distribution Port 에 의하여 제한이 된다는게 굉장히 실망적이였습니다.
콘솔 그룹을 하여 이렇게 섹소폰 더블링을 따로 컨트롤 하며..
앨범의 믹스는 프로툴스를 테이프 머신처럼 사용하며 프로툴스에서 바로 모든 트랙을 콘솔로 빼서 콘솔만을 이용하여 믹스하였습니다.
컴프레서는 베이스에 UA LA-3A, 콘솔의 두 채널을 이용하여 SSL Duality 채널 컴프레서로 드럼 패러럴 컴프레션, 그리고 솔로 악기에만 콘솔 컴프레서를 사용하였습니다.
리버브는 TC Electronics System 6000, 그 외의 모든 믹스는 콘솔에서 패닝과 볼륨 오토메이션으로만 이루어졌습니다.
디지털의 무한한 가능성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믹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재즈 빅밴드는 월드 클래스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밴드 입니다. 악기간의 발란스나 톤의 발란스를 녹음 후에 정리해주고 만들어주기 보단, 녹음 시에 엔지니어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마이크의, 악기간의 거리, 마이크와 악기의 거리, 스튜디오의 공간 등을 이용하여 밴드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악기 개인별로 EQ 가 필요했다면 마이크의 위치로 녹음시에 만들어낼 수 있고, 밴드 사운드의 다이나믹은 컴프레서의 도움을 받기 보단 연주자에게 맡겼습니다. 전통적인 빅밴드 사운드를 디렉터가 원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작 믹스에서는 조금 더 드라마틱한 다이나믹이 필요한 부분이나 악기간의 발란스를 조금 더 도와줄 필요를 느꼈을때, 섹션별 오토메이션을 이용하였습니다.
“SSL 만의 콘솔 사운드를 원해서..!” 라는 멋진말을 위해서가 아닌, 녹음 당시에도 디렉터와 밴드 멤버들이 콘솔을 통한 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주면서 발란스를 맞춰갔었기 때문에, 녹음과 믹스의 환경의 차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즉 사실 이 앨범은 레코딩 단계에서 이미 믹스가 90프로 이상은 끝났다고 볼 수 있는 앨범이였죠.
이렇게 오랜만에 세션노트로 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녹음 방법과 믹스 방법이 존재합니다. 저의 수많은 비디오에서 본 것처럼 “여기서 이렇게 다이나믹 이큐를 이용하여 100hz 를 조금만지고..” 와 같은 수많은 플러그인들을 이용하여 사운드를 만드는 방법도 있는가하면, 이렇게 밴드 사운드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레코딩 순간 스튜디오 라이브 안에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녹음/믹스 방법도 존재한다 라는 부분을 이번 포스팅에서 조금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재즈라는 장르의 특성이 아니라 (저의 강좌 비디오 중, 재즈 음악인데 플러그인이 엄청나게 걸려있는 세션도 있었죠 ^^;) 아티스트의 비전을 현실화 해야하는 과정인것이죠. 이것은 아티스트와의 녹음 세션 전에 대화를 통하여 사운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부분인것 같습니다.
John MacLeod and The Rex Hotel Orchestra 의 The Toronto Sound 는 아래 아이튠스 링크를 통하여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육아에, 작업에 요즘 누구 보다도 바쁜하루를 보내고 계실텐데,^^
이런 작업일수록 뮤지션이 원하는 바가 뚜렷해야 순조로운 작업이 될 것 같네요.
소중한 포스팅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늘 멋진 글 영상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육아라니 축하드립니다!!! 전 아마추어 재즈밴드에서 기타를 치고있습니다. 제 연주 모니터링을 위해 폰으로 녹음해서 듣다가 주수님 강의들과 포스트들 보고 욕심이 생겨 레코딩도 해볼까 하고 있습니다. 옴니 마이크 하나 사서 녹음을 해보려 했는데 이번 포스트를 보니 저렴하더라도 여러개의 마이크를 구매해야겠군요 ㅠ! 게다가 악기매고 전철로 두시간 걸려 합주하러 다니는데 슬퍼집니다 ㅎㅎ
파이팅 입니다 ^^ 🙂
녹음실에서 이미 90%의 완성이 되도록 뮤지션과 소통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려면, 왠만한 경험과 노하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 할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듣겠습니다
짝짝짝
앗.. 청년인 줄 알았는데 ㅎㅎ 화이팅 입니다!!
나름 동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