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니들앤젬 작업기 3편 에서는 니들앤젬에 첫 앨범인 ‘Before Dawn’ 에 수록된
‘Can I Stay’, ‘Don’t Be’ 그리고 ‘Wall’ 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니들앤젬의 앨범 작업기를 마쳐보려고 합니다.
Can I Stay
앨범의 세번째 수록곡 ‘Can I Stay’ 는 레베카의 곡으로 에릭의 곡들과는 다른 그러나 니들앤젬에 감성을 잘 표현해
주는 듀엣곡 입니다. 니들앤젬의 앨범은 작업기 1, 2편에서 다루었던 것 처럼 엔지니어로써 곡 마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여 한 곡 한 곡 다른 느낌을 주도록 노력했던 앨범 입니다.
Can I Stay 에서도 새로운 녹음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Can I Stay 의 녹음은 에릭과 레베카가 마주보고 있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곡은 니들앤젬의 녹음 특성상 별다른 오버더빙이나 부분적으로 끊어가거나 하는 것이 아닌
풀 테이크로 녹음을 해서 좋은 하나의 테이크를 선택하는 방식이였어서 해드폰이나 모니터의 설치가 필요하지 않았죠.
레베카와 에릭이 곡을 연습할 때는 어떻게 연습을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파트를 불러보고 의견을 나누는..
그런 ‘마주보고’ 있는 방식이 그들에겐 가장 편한 자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녹음도 스튜디오에 있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공간에서 서로 마주보고
마이크건 무엇이건 신경쓰지 않고 노래를 한다면 자연스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두 개의 마이크를 그 둘의 사이에 설치해 보았습니다.
Sennheiser MKH 800 와 Pearl ELM-A 마이크를 둘 사이에 설치해서 두 마이크를 섞는 것이 아닌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 주는 마이크로 믹스를 할 생각에서였죠.
Sennheiser MKH 800 는 멀티패턴의 마이크로 지향성을 Figure 8으로 하여 양 쪽의 소리를 받게 하고
Pearl ELM-A 마이크는 자체적으로 Figure 8 의 패턴이라 양쪽의 소리를 같게 받아드립니다.
두 마이크의 차이가 있다면 MKH 800 는 양쪽의 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한 채널의 아웃풋만을 내보내는 것에 비해
ELM-A 마이크는 한 쪽 한 쪽 개별적으로 두 개의 아웃풋을 내보내 줍니다.
이것이 제가 Can I Stay 에 Pearl ELM-A 마이크를 사용한 이유였습니다.
레베카와 에릭이 서로를 마주보고 그 둘 사이에 양면지향성의 마이크를 놓고 양쪽의 소리를 개별적으로
내보내 주는 ELM-A 마이크를 사용하여 필요할 때 에릭과 기타의 소리를 올리거나 낮출수도, 반대로 레베카의 소리를 올리거나
낮출수도 있었던 것이죠. 두 개의 캡슐이 (dual membrane capsule) 하나의 캡슐처럼 가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두 캡슐의 위상의 문제가 있지 않게되기 때문에 제가 구상한 녹음에 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녹음을 한 뒤 양 캡슐을 살짝 왼쪽 오른쪽으로 패닝을 해 주어서 스테레오 이미지를 가지게 하고, 독립적인 리버브를
통하여 조금 더 넓은 공간감을 얻는 것으로 Can I Stay 는 녹음과 믹스가 되었습니다.
이 곡은 총 두 개의 오디오 트랙만으로 두 보이스 그리고 기타까지 모두 받아들여 완성이 된 것이죠.
Don’t Be
Don`t Be 는 에릭의 솔로곡 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에릭의 보이스만이 다인 구성적으로 심플한 곡이죠.
그 동안 여러차례 노래를 부르면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뮤지션의 마이킹이 왜 까다로운지 이야기 했었습니다.
마이크가 많아질 수록 위상의 문제가 생기고 사운드의 손실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던 레코딩
기술의 한계이죠.
마이크가 하나라면 위상의 문제도 없고, 마이크 하나의 위치가 적절하다면 보이스와 기타의 발란스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마이크 하나로 보이스와 기타를 녹음하기로 결정을 하였죠.
하지만 이 방법만 가지고 녹음을 한다면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노인 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어느 정도의 스테레오 이미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에릭과 기타를 마주보고
3m 정도 떨어진 곳에 아주 높게 두 개의 무지향성 마이크를 설치하였습니다.
두 개의 무지향성 마이크는 Stereo A/B 라고 하여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받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죠.
이렇게 두 개의 마이크를 ‘Room’ 마이크처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공간감과 스테레오 이미지를 받은 뒤,
보이스와 기타를 녹음한 하나의 마이크와 믹스하였습니다.
이 곡은 디지털 프로세싱이 없이 100% 아날로그로 믹스가 되었습니다.
그래봐야 세개의 채널뿐 이지만, API Vision 콘솔로 발란스를 잡고 Manley Vari Mu-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자연스러운 컴프레션으로 곡의 톤을 만들었습니다.
요즘처럼 디지털 기술이 좋은 시대에는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한다고 무조건 음질이 좋아지거나
‘아날로그’ 같은 소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어느 것이 좋다가 아닌 그냥 다른 ‘도구l’ 로
존재하는 것 이니까요.
이 녹음 세션에서는 Don’t Be 이외에도 Pigeon’s Home 이라는 곡이 녹음되었었는데요,
니들앤젬과의 상의를 거쳐서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에릭이 제가 보내준 멀티트랙을 그대로 유투브에 올렸더군요 ^_^;
마이크의 위치가 궁금하시다면 살짝 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all
드디어 마지막 곡 Wall 입니다.
니들앤젬과 함께 많이 고민했던 곡 입니다. 5곡이라는 작지도 크지 않은 첫 번째 EP를 마무리할 곡 이니까요.
2015년 현재 음반 시장에 앨범이라는 말은 참 무색합니다. 시디를 구매한다거나, 디지털 다운로드를 통하여
앨범의 전 곡을 다운받았다 하더라도, 앨범 전체를 첫 곡부터 끝까지 쭉 듣는 청취자는 거의 없으니까요.
사실 앨범이라는 것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 까지 쭉 들었을 때, 한 곡 한 곡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곡 들 사이의 간격은 충분했는가, 곡 들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어 앨범 이라고 불려졌을 때, 하나의 공통적인
앨범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가 등..
이런 수많은 고민들은 더이상 앨범 프로덕션에서 이야기 되고 있지 않고 대부분 ‘히트송’ 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재의 음반 시장이니까요.
니들앤젬의 첫 도약인 ‘Before Dawn’ 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은 앞의 네 곡에서 여러 색으로 보여주었고
마지막 곡은 앨범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앞으로 니들앤젬이 가고자 하는 방향까지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니들앤젬과 함께 이 앨범에 Producer 로 참여한 제가 바라는 것 이였고 또 그 바램에 어울릴 만한
곡을 선정하고 고민하여 꼽힌 것이 Wall 이였습니다.
앨범 녹음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녹음이 된 곡이였기 때문에 그동안 시도했던 많은 녹음 테크닉들을
하나로 총 집합하여 녹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의 모든 녹음 과정은 저의 유투브 채널에서 레코딩 강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보컬,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스트링 쿼텟 녹음까지 많은 아이디어들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렇게 장장 8개월에 거친 니들앤젬의 첫 앨범 녹음이 끝나고 몬트리올의 Sonosphere Mastering Studio 에서
마스터링이 된 앨범이 2015년 5월 22일 발매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이 앨범이 이 친구들의 첫 앨범이 정말 맞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다듬어 지지 않은 듯 하지만 수 많은 날들의
노력과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곡들로 저를 놀라게 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 니들앤젬이 저로선 너무나 대견합니다.
캐나다에 있는 한인 뮤지션들에게 더욱 더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저에겐 니들앤젬이 많은 뮤지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거란 마음에 더욱 더 기대를 하게 되고
그들의 이 첫 큰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그 앞날이 너무나 궁금한 그들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 한국 음악씬에 우뚝 서게 될 날까지 니들앤젬을 응원할거란 말과 함께 니들앤젬의 작업기를 마치겠습니다.
정말 잘 보았습니다.
주수님과 [Needle and Gem]을 응원합니다! 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