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번 니들앤젬 작업기 (1) 편에 이어지는 두번째 작업기에서는앨범 두번째 수록곡 Dawn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Dawn 은 지금의 니들앤젬이 있게끔 해준 곡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니들앤젬에겐 특별한 곡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에릭과 레베카가 만나서 니들앤젬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홈 레코딩으로 작업하고 업로드하여 네이버 뮤지션 리그와 유투브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곡이 바로 Dawn 이기 때문이죠.
그들의 홈 레코딩 버전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에릭은 홈 레코딩 뮤지션으로써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고 유투브 버전이 니들앤젬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스튜디오 안에서 더욱 더 아름답게 음악을 그려보자는 것이 니들앤젬과 저의 목표였습니다.
앨범의 첫 곡 A Thing That Used To Be A Home 은 시적인 가사와 은율을 가지고 있고
청취자의 귓 속에서 속삭이는 듯한 느낌의 곡 입니다.
제가 처음 들었던 Dawn 의 느낌은 A Thing That Used Be A Home 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곡 이였습니다.
꿈꾸고 있는 느낌이고 몽환적인 곡이죠.
그런 느낌을 단순히 가사나 은율로만이 아닌 곡의 녹음과 믹싱에서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Dawn 의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보시면 더욱 더 글이 쉽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같은 아티스트, 같은 악기, 같은 장비, 같은 스튜디오 등.. 모든 상황이 같지만 그 안에서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이였습니다.
Dawn 은 첫 곡과는 다르게 클릭 트랙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피아노, 첼로, 여러 대의 바이올린 오버더빙 등으로 인하여 첫 곡보다는 조금더 짜임새가 있는 녹음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또한, 모든 악기를 원 테이크로 녹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각 악기의 소리를 잡는데 좀 더 디테일한 신경을 쓸 수가 있으니까요.
또 첫 곡의 녹음으로 인하여 니들앤젬과 제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좀 더 자유로운 대화로 인하여 소리에 대해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뮤지션과 엔지니어 모두
좀 더 자유로운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션과 엔지니어의 사이에서의 친근감과 음악에 대한 공감은 앨범 작업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마음이 상하지 않게 편하게 주고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 곡을 쓴 에릭은 피아노 파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풍부하지만 Dawn 의 녹음에서는 저에게 피아노 파트를 전적으로 믿고 맡겨 주어서
피아노의 연주자의 입장에서 아주 편안하게 아이디어들을 에릭의 곡 위에 그려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DAWN 에서는 리버브 플러그인을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악기를 스튜디오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느낌 그대로 받아내고자 하였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경우 다른 리버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스튜디오 안의 소리만을 사용했습니다.
많은 녹음세션에서 많은 엔지니어들은 마이크를 악기에 가깝게 녹음한 뒤, 믹싱에서 리버브를 통하여
Early Reflection 과 Tail 등 리버브를 따로 입혀서 공간감을 만들곤 합니다. 플러그인 퀄러티가 때론 실제 룸들보다 좋게 나오는
현재의 스튜디오 작업 상황에서는 하나의 메뉴얼적인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많이 쓰이는 방법이죠.
이 방법이 전혀 문제가 있는 녹음 방법은 아니지만 때론 마이크를 조금만 더 신경써서 설치하고 실제 공간을 십분 활용한다면
더욱 더 자연스러운 Early Reflection 감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믹스에서는 리버브 플러그인을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었죠.
보컬도 마찬가지 입니다. DAWN 에서는 레베카의 목소리가 에릭보다 훨씬 뒤에서 들려옵니다. 녹음을 하기전에 레베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녹음한 뒤에 리버브를 이용해서 뒤로 보내는 것 보다
스튜디오 안에서 애초에 녹음을 할 떄 마이크의 위치를 움직여 보면서 레베카의 목소리의 위치를 정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리버브를
조금만 사용해도, 혹은 아예 사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사운드를 녹음 단계에서 미리 만들수가 있죠.
물론 이 방법은 나중에 고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만, 자신의 귀와 음악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그것들을 토대로한 결단력을
내릴 수 없다면 언제나 안전하게만 소리만을 만들게 되고, 언제나 비슷한 소리만을 만들어 내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녹음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이 맞다 옳다 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그만큼 더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여유가 더 많은 것이죠.
이 곡에서의 바이올린 오버더빙은 첫 곡과는 굉장히 다른 방법으로 녹음이 되었습니다. A Thing That Used Be A Home 에서는 마이크 하
나로 바이올린을 녹음한 뒤, 패닝과 리버브를 통해서 바이올린의 위치를 정하고 움직였습니다. Dawn 은 A Thing That Used Be A Home
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두 개의 무지향성 마이크를 설치하여 녹음을 하였습니다.
어떤 방식이냐면, 두 개의 무지향성 마이크를 Stereo A/B 로 설치합니다. 그리고 연주자를 두 개의 마이크의 가운데에 있게 하는 것이 아닌,
제가 스테레오 필드에서 스피커에 위치에 워하는 곳에 연주자를 있게 하는 것이죠. 즉, 제가 만약에 바이올린 파트 1이 왼쪽에서
들리고 싶게 한다면, 연주자가 저의 스테레오 마이크의 왼쪽에 서 있게 되고, 더 멀리 왼쪽에서 들리고 싶게 한다면 연주자가 왼쪽으로 더
멀리 가게 되는 것이죠. 연주자가 공간에서 뒤에 있고 싶게 한다면 뒤로 움직이면 되고, 가까워야 한다면 마이크에 더 가까이 움직이는
것 입니다. 이렇게 녹음을 할 때 연주자가 스테레오 필드에서 어느 곳에 위치할지를 Panning 이 아닌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을 할 때 미리 위
치하는 방법으로 Dawn 의 모든 스트링 파트는 녹음이 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마이크 두 대로 오케스트라를 녹음할 때, 두 대의 마이크만 가지고도 악기들의 위치와 넓이 깊이 등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과 같은 것이죠.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 코러스에서 등장하는 큰 킥 드럼과 같은 소리 입니다.
Dawn 의 가사 중 “I hear giant footsteps come closer” 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Giant Footsteps.. 큰 발자국 소리를 곡 안에 표현하고
싶다는 에릭이 녹음세션에 자신이 로직에서 만든 사운드 샘플을 가지고 왔습니다. Before Dawn 앨범은 자연스러움과 몽환적이 공존하는
앨범이지만 단 한 트랙도 ‘가짜’ 인 것이 없습니다. 모두 다 리얼 악기이고 리버브도 최대한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을 했기 때문이죠. 심지어
보컬 리버브 조차도 스튜디오 안에 마이크를 여러대 설치하여 녹음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곡의 마지막을 샘플로 처리한다면 무언가 앨범의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킥 드럼을 사용하기에는 그렇게 큰 킥 드럼을 녹음 세션까지 구하지 못했죠.
이 녹음 세션은 한창 겨울에 진행이 되었고 녹음 세션의 대부분을 저와 함께한 Co-Engineer인 저의 친구 Gintas 는 큰 키에 항상 큰 부츠를
신고 다녔습니다. 저는 바이올린을 녹음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무지향성 마이크의 근처에서 Gintas 에게 부츠를 신고 스튜디오 안에서
점프를 해 보라고 했습니다 ^_^;;
큰 키에 높게 뛰어서 스튜디오 바닥에 내려 앉을 때 나는 소리가 아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Giant Footstep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스튜디오 안에서 여러 곳을 방방 뛰어 다닌 끝에 제가 원하는 한 위치의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그것을 녹음하여 곡에 사용하게 되었습
니다. 앨범을 만들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니들앤젬과 함께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면서 “과연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 아무도 들으면서
생각하거나 눈치채지 않을 것들을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 내고 있을까?” 라는 것 이였습니다 ^_^;; 사실 아티스트들만
알고 청취자들은 모르는 앨범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요?
저는 그래서 이렇게 글로써라도 풀어놔 버렸습니다 ^_^;
이렇게 DAWN 의 경우 모든 악기의 녹음을 철저히 준비를 해서 원하는 소리의 위치, 깊이감, 리버브 그리고 녹음 레벨까지
미리 맞추어서 녹음을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믹스에서는 모든 페이더를 0dB 에 맞추어 놓아도 발란스가 맞아서 아주 간단한
EQ 조정 그리고 세밀한 오토메이션만으로도 믹스가 끝날 수 있었습니다.
믹스 엔지니어로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스터링에서 요즘에 나오는 팝 송들에 맞추어 음압을 올리는 과정에서 마지막 부분의
다이나믹이 많이 눌려서 제가 믹스에서 표현한 부분들이 많이 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이였습니다. 어쩌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마스
터링을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믹스 버전을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때는 이 골치아픈 Loudness War 이
끝날가요..?
이렇게 같은 연주자, 악기, 공간, 스튜디오에서 두 개의 전혀 다른 사운드를 만들고자 하는 저의 방향은 100% 원하는 만큼 표현되지는 않았
지만 그렇다고 후회할 마음은 남기지 않게 마음껏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Before Dawn 앨범의 나머지 수록곡들에 대한 이야기로 니들앤젬 앨범 작업기를 마무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니들앤젬의 모든 곡들은 각 곡마다 녹음이 된 방식이 다르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쿠스틱 기타, 보컬, 피아노 그리고
스트링 쿼텟을 녹음했는지 직접 보고 싶으시다면 저의 유투브 채널의 Recording 강좌 Playlist 를 참고해 주세요 🙂
좋은 강좌 감사합니다. 음악도 무척 좋아요. ^^
감사합니다 🙂
멀리서도 정말 많은걸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