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몸을 담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저 이지만

요즈음 처럼 플러그인들이 많은 시대는 없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요즈음엔 정말 수많은 플러그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플러그인에 들인 돈만 합산하면 … 정말 심각하죠…

저는 아날로그 에뮬레이션 타입의 플러그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홈 레코딩 유저로써 실제 하드웨어를 만져보지 못하는 ‘한’ 을 플러그인으로 나마

메꿔보려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끔은

플러그인 회사들의 농락에 놀아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 “이 플러그인은 당신의 믹스에 따듯함과 아날로그적 사운드를 제공해 줄 것 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면 손이 떨리는 게 어쩔 수 없는 ‘음향빠’의 마음이죠..

그래서 인지 수많은 플러그인 회사들이 최근에 많이 내세우는 문구는 “아날로그, warmth (따뜻함)”

인 것 같습니다. 최대 수해자인 Slate Digital 이 이제는 마이크 모델링 제품들까지 만들고 있는 추세니까요.

그런데… 정말일까요?

그런 플러그인들은 정말로 우리의 믹스에 아날로그 사운드를 추가해 주는 것 일까요?

아날로그 사운드란 무엇일까요?

저와 함께 대학원 준비 과정 수업을 듣는 친구 중 저와 완전히 반대인 친구가 있습니다.

플러그인 들을 싫어하고 뭐든지 녹음을 잘 받는 것으로 끝내려고 하는 친구죠.

그러나 아무리 녹음을 잘 받아도 어느 정도의 프로세싱은 필요하기 때문에 플러그인을 쓰긴 하지만

그 친구가 쓰는 플러그인은 단 ‘하나’

바로 프로툴스를 사면 딸려오는 Channel Strip 입니다.

cw_700x700_ChannelStrip

 

이 친구는 모든 믹스를 채널 스트립 하나로 합니다. (리버브만 렉시콘 리버브를 사용합니다)

채널 스트립이란 하나의 플러그인에 EQ,Compressor,Gate,Expander 등 사실상 믹스에서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하나의 플러그인에 담고 있는 플러그인을 말하죠.

사실 프로툴스의 기본으로 들어 있는 Channel Strip은 수많은 좋은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각 밴드별로 솔로해서 들을 수 있는 이큐, 컴프레서 익스펜더 게이트 그리고 사이드체인까지

가능한 컴프레서, 리미터, Polarity Reverse 버튼 등등..

사실상 이 플러그인 하나로 믹스를 끝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이지만,

요즘처럼 플러그인이 포화 상태인 시대에는 거의 많은 분들이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인 이죠.

그리고 왠지 공짜로 주는 플러그인은 안 좋다 라고 생각하는 마인드 때문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Waves 플러그인을 사용해 보다가, 알게 모르게 소리에 변화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주는 플러그인들에 실망하여 속칭 ‘아날로그 소리를 주는’ 플러그인들을 모두

배제하고 채널스트립 하나로만 믹스를 하는 이 친구..

사실 저도 그 친구의 믹스를 들어보기 전까진, “기본으로 딸려오는 채널 스트립 하나로 뭘 하겠어?”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친구가 자신의 믹스를 저에게 보내서 어떠냐고 들어보라고 해서 듣게 되었는데..

너무나 완벽한 사운드에 흠칫 놀랐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돈을 들여 구입한 저의 플러그인들이 돈 낭비로만 보이면서 순간 많은 생각들이 오가더군요.

이 친구는 흔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없습니다.

패시브 스피커에 자신의 맥북에서 해드폰 단자로 출력을 해서 믹스를 하거든요.

무슨 컨버터가 좋느니.. 어떤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필요 하느니.. 이 정도 장비가 없으면 안되느니..

어떤 플러그인은 꼭 필요 하느니..

이 모든 것들을 한 방에 사운드 하나 만으로 종결 시켜 버리는 친구 입니다.

장비의 한계 같은 것, 플러그인들의 필요성 같은 건 전혀 무의미 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어떤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좋아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만,

때론 그 친구처럼 기본적인 플러그인만 가지고도 좋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하는 건

필요한 스킬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의 능력이지, 장비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