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글입니다. 블로거로써의 정체성을 잃어가기 전에.. 아니, 매달 내고 있는 서버 비가 아까워서라도 글을 꼭 쓰리라! 하고 머리를 쥐어짜도 바쁜 날들에 치어 머릿속이 텅 비어 있네요.

그러던 중 4년마다 올림픽처럼 돌아오는 케이블 논쟁에 관한 글들이 또 보이기 시작하여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한때는 케이블 논쟁에 있어 굉장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의견을 가진 사람이었고, 또 관련 글들도 많이 쓰기도 하였었습니다. (지금은 지운 상태 입니다 ^^;)
그 이유로 에너지도 많이 소비하였고 적들도 굉장히 많이 만들었죠 🙂 재미있는 사실은 어느 순간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진 이야기를 하니 또 다른 적들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중립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전 잘 모르기 때문이죠.

케이블 논쟁에 한창 열을 올렸을 때 저는 음향 대학원생이었습니다. 논문도 읽고 쓰고, 나보다 훨씬 더 큰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지식이라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한 가지를 알면 열 가지를 안다고 착각하는 늪에 빠지기 굉장히 쉽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한참 그 늪에서 빠져 허우적대다가 나온 뒤로부턴. 정말 어디 가서 아는척하면 안되겠구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가정을 항상 해야 하는구나. 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를 알게되고, 두 가지를 알게 되면 몇 가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모든것에 프레임을 만들어 그 안을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일을 우리는 쉽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음향이던 그 어떤 것이건.

케이블 논쟁에 정확한 비유는 아니나 한가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저의 블로그에서 자주 예를 들었던 비유가 있습니다.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고 있는데 레코딩 엔지니어가 하는 말 중에 절대 들을 수 없는 말 중 하나는 무엇일까요?

“아.. 왜 이렇게 소리가 안 좋지..? 혹시 지금 샘플링 레이트 몇이죠? 44.1kHz..? 어쩐지 소리가 이상하더라.. 96kHz로 올려주세요”

이것은 왜 일까요?
샘플링 레이트가 녹음이 되는 소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서?

아니죠.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이상하다면 샘플링 레이트보다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용하는 마이크가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고, 프리앰프가 고장이 났다던가, 녹음하는 공간이 협소하다던가.
그런 것들을 모두 배제하고 샘플링 레이트 때문에 소리가 이상할 수는 없습니다.
“Sampling Rate is probably not the biggest problem you have”

라고 흔히 영어로 이야기하곤 하죠.

그렇다면 샘플링 레이트는 일단 높아야 좋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글쎄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큰 주제이기 때문이죠. 레코딩의 역사부터 Delta Sigma Converter, Anti-Aliasing filter, oversampling, reconstruction filter, PCM Audio, Clocking 에 대한 이해와 설명 그리고 더..
세상에 이 모든것을 다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의문을 가진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런것들을 모두 이해하면서 훌륭한 레코딩 커리어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단 한 분 George Massenburg 밖에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Parametric EQ를 세상에서 제일 처음 만들고, Creast Factor 를 적용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컨셉의 컴프레서를 만들고 수많은 다른 하드웨어 회사들에 자문 그리고 자신의 하드웨어 EQ를 디지털 EQ로 그 옛날 혼자서 구현하는 말도 안되는 업적을 이룬 그 분 조차도
본인이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이야기 하니까요.

자 다시 원점으로.
녹음을 할 때 샘플레이트가 제일 중요한 요소는 아니나, 어떤 부분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중요할 수도 있다.
High Resolution Audio 를 이야기하며 높은 샘플링 레이트의 중요성에 힘을 싣어주는 논문들도 많이 있으나
Listening Test 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Sampling Rate 에 의한 소리의 변화를 인지할 수 없다는 논문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기기적 측정치가 우리의 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관련 장비를 만드는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전에 어떤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분석하며 오디오 프리시션으로 측정하면서 44/48/88/96에선 좋은 성능을 보여준 기기가 192kHz 샘플링 레이트로 올렸을 때 왜 16kHz 에서 엉뚱한 Overshoot 스파이크가 올라오냐는 질문에 제조사는 모른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64 bit double precision 알고리듬의 플러그인을 daisy chain 으로 걸었을 때 Dither 의 양이 Summing 단계에서 증가하느냐? 에 대한 질문에 개발자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측정 데이터를 제출하면 되는걸 그들은 보여주지 않는다. 음향은 과학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없는 주장은 거짓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생각들을 해봐야합니다.
때론 장비 제조사들이 어떤 부분을 측정해야하는지 모를때도 많이 있습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하지만 다양한 장비 개발진들과 이야기하며 얻은 저의 경험은 그랬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Frequency Response, S/N Ratio, harmonic distortion.. 등등.. 설명하기도 쉽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이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보여주기도 쉬운 부분들이죠.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까지 제조사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또 재미있는 것은 측정 데이터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법 안에서 그것들은 모두 조작하여 (…)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조작이라는 단어가 100프로 맞는 말은 아니나 예를 들어보자면.

스피커를 구매할 때 Frequency Response 를 보면 거의 모든 스피커가 다들. 플랫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역대를 제외)
그런데 어떠한 룸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측정했는지 제공하는 제조사가 있나요? 또한 어떠한 Frequency Spectrum window 를 사용했는지 Smoothing 은 얼마나 한 것인지까지 제공하는 곳이 있나요?
Signal to Noise Ratio 에서 dBA 인지 dBu 인지, 어떤 Weighting 인지 등등.. 모두 공개하는 곳이 있나요?

제조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일부만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정확한 모든것을 보여주는 곳은 굉장히 드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이 보여주는 플랫하고 노이즈 적고 디스토션은 없는데 색감은 강한(?) 그들의 스펙을 보며 우리의 돈을 소비하는 행위의 정당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지요.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측정을 했는데 그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는 것 말이죠.
“아니 그렇게 큰 회사에서 그런 실수를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그 저명한 회사에 정말로 몇  명의 수준급 사이언스 엔지니어들이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몇명의 QA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느냐를 알게된다면 절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

예전에 Godin 기타에서 새로운 기타 라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몬트리올의 과학자와 프랑스의 과학자를 도와 오디오 쪽 연구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수년이 지나 몇 년 동안 해당 연구에 관해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계약이 끝났습니다 ^^;)

어떠한 연구를 통해서 기타가 만들어지는지 단편적인 부분으로나마 볼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은 이곳에 쓰기에 좀 민망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전 고딘 기타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이야기 꺼내놓고 알맹이는 안 알려주다니!!)

저명한 Audio Engineering Society 협회에 등재되는 논문들도 Peer Review 를 발표가 되지만 그런 것들 중에서도 스스로의 측정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거나 나중에 실험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반박하는 논문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아주 발전적인 일들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지만 그 잘못 쓰여진 논문만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실험의 오류나 데이터관리의 오류는 제조사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입니다.

이야기가 점점 장황해지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완전히 흐려지기 전에.
그래서 우리는
내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을 그 분야에 대해서 모든것을 안다고 가정해버리고 믿어버리면 안됩니다.
항상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거 다 신경쓰지 말고 음악만 열심히해서 전세계 최고의 뮤지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자 그래서 음향에서 오디오 케이블은 중요한것이냐?

케이블이 쉴딩이 안된다거나, 고장이 났다거나, 납땜을 잘못해서 소리가 샌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It’s probably not the biggest problem you have.”
“여러분의 스튜디오의 시그널 체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케이블 일리는 없습니다”

케이블을 바꾼다고 스피커나 마이크, 프리앰프,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바꿔서 생기는 만큼의 차이를 만들어주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케이블이 소리에 변화를 주지 않느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원 생일때 어떤 음향 기기를 제작하는 분이 Bob Ludwig 이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주장은 이것 이었습니다.

“예전에 Bob Ludwig 이 어떠한 세미나에서, 자신의 테이프 머신에 두 개의 다른 파워 케이블을 사용하여 믹스를 프린트를 해 보았는데 소리가 극명하게 달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ob 은 어떠한 측정 데이터도 보여주지 않았으며 나는 그가 음향의 기본도 이해하지 못하며 플라시보를 믿어버리는 바보라고 생각한다”

음.. 굉장히 공격적인 비판이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이미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어떠한 특정 제품을 팔아 이득을 보는 곳도 아닌 자리에서, 그저 순수하게 자신이 들었고 느꼈던 부분을 나누었다는 이유로 이런 비판을 받아야 하는가? 물론 그 분은 정작 Bob 앞에선 아무소리도 못하고 뒤에서 욕하는 것이긴 했죠 ^^; 어쩌면 Bob 은 수많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파워 케이블에서 오는 소리의 차이를 실제로 경험했고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음향적 설명은 어렵지만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던 것일텐데 말이죠.

여러분, 내가 싼 케이블을 쓴다고 욕하는 사람들과 상종할 필요도 없으며 비싼 케이블을 쓰는 사람들을 돈00 이라 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은 에너지 낭비이며 그럴 시간에 음악을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케이블의 차이에서 오는 효과에 대해 한 쪽에 의견에 힘을 싣어 다른 쪽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의 어떠한 유투브 영상 하나를 보고 만들어진 지식이나, 누군가가 인터넷에 써 놓은 글 하나로 자신의 의견을 성립하지 마시고 이 분야게 깊히 들어가보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쩌면 수년간의 공부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 지식은 자신에게 큰  무기가 될 것 입니다. 이것은 어떻게보면 정작 음악에 본질에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그 에너지의 방향을 소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천천히 다가가면 됩니다.

 

위 그래프는 제가 예전에 두 가지의 다른 케이블을 같은 길이로 잘라 제작하여 테스트를 한 차트의 극히 일부분 입니다.

위의 그래프만을 보고 어떤 결과를 내릴 수 있을까요?

(어떤 하모닉 디스토션을 이야기하는지는 그래프로 알 수 없으나) 10dB 정도의 Distortion 레벨 차이가 있습니다.

[A] “아 근데 -110dB VS -120dB 잖아요.. 그걸 인간이 들을 수 있나요? 역시 케이블의 소리의 차이는 없습니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B] “아 10dB의 차이가 있군요, Impulse Response 나 임피던스, 다른 부분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저 레벨이 어떤 테스트 시그널로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테스트 방식으로 얻어낸 그래프인지 다시 한번 확인이 필요하겠군요. 또한 저 10dB 의 차이가 시그널체인을 돌아 실제 음악적 데이터를 스피커를 통하여 내보내었을 때, 소리가 어떤식으로 변하는지 흥미로운 실험이 될 수 있겠군요” 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왜 제가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전달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