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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운드 레코딩 그리고 믹싱에 대한 철학적 고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아니.. 갑자기 왠 철학이람..? 괜히 무거운 주제를 던져놓고 폼 잡으려고..!?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_^; 글을 읽어보시면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녹음과 믹싱은 굉장히 어렵다는걸 여러분들은 아시고 계실 겁니다. 하루는 잘 되었다가, 또 다른 날에는 잘 안되고, 한 곡은 잘 나왔는데 다음 곡은 영 아니고.. 현재 인터넷에는 수많은 마이크, 프리엠프, 장비들 그리고 수많은 녹음 테크닉 믹스 테크닉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킥 드럼 믹싱 방법만 찾아봐도 수두룩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믹스에 인터넷에서 본 테크닉을 시도해보면 영 아닐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곡의 성질, 느낌, 편곡,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테크닉이 모든 믹스에 접목을 시킬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화성을 처음 공부하던 초창기 때 이런 경험 한번쯤 있으실 겁니다. I maj7 – IV m7 – II m7 – V7 코드 진행을 보고 솔로를 할때, “아 오케이.. 메이저 스케일을 쓰다가 6 에서는 aeolian 스케일을 쓰고 ii 에서는 도리안 보다는 로크리안 #2 를 하고 마지막에 Altered scale로 빠지면서…” 이렇게 화성적으로 한참 생각하고 연습하고 솔로를 구상해도 막상 곡에서 연주를 하면 뭔가 영 아니고 소리도 별로고.. 음악을 화성적으로만 풀이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솔로를 향한 메뉴얼이나 답안지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닳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유투브 강좌들을 보시면 클래식, 재즈, 롹, 팝 등 최대한 다양한 장르에서 제가 직접 “사용했던” 다양한 예제를 사용하여 여러가지 테크닉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건 테크닉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들을 배우고 어떻게 자신의 믹스에 접목시키느냐 이니까요.

“나의 킥 드럼 사운드에 펀치감이 엄청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하면 되죠?” 라는 질문에는 답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질문에는 “일단 컴프레서를 사용해서 어택을 살린뒤…” 이렇게 답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 곡이 어떤 곡인지, 어떤 킥드럼인지, 리얼 드럼인가? 샘플인가, 아니면 리얼드럼과 샘플의 소리가 합쳐진 것인가, 킥 드럼 말고 음악에 다른 요소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모든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100프로 느낌으로만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소리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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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에 어울리는 궁극의 마이크”가 존재할까요? 특정 보컬에 어울리는, 특정 곡에 어울리는 마이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녹음을 하다보면 10만원 가격의 마이크가 300만원의 가격의 마이크보다 더 좋게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10만원 가격의 마이크를 다른 상황에서 사용했을 때 정말 소리가 안 좋기도 하죠. 그렇다면 어떤 마이크를 사용해야 할까? 그것에 대한 질문은 “자신이 생각하는 소리는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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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피아노 앨범을 녹음을 위한 미팅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한 두개 세트의 마이크를 가지고 녹음 세션에 가서 녹음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소리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다음과 같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작곡가 (Ameircan, French, Italian 등), 작곡가의 시대 (바로크? 로멘틱? 현대?), 녹음을 할 Hall의 선택, 어떤 피아노? 피아노의 튜닝은? (A4=440Hz, 441Hz, 442Hz 등)

엔지니어로써 왜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하느냐? 그것은 바로 아티스트가 앨범을 준비하면서, 연습을 하면서 이런 모든 것들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연주하는 곡의 배경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비전을 앨범에서 표현하려는데, 엔지니어가 그런 요소들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티스트의 소리의 비전을 엔지니어가 표현해 줄 수 없기 때문이죠. 사운드 엔지니어/레코딩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뮤지션들의 비전을 현실화 시켜주는 도우미가 되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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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변수들은 아티스트의 예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예산에 따라 좋은 피아노를 사용하지 못 할수도, 좋은 Hall 을 사용하지 못 할 수도 있으니까요. (위의 사진은 Yamaha Disklavier 와 Bosendolfer 피아노를 설치해서 아티스트에게 피아노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주었던 상황 입니다)

레코딩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홈 레코딩 아티스트 여러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소리가 무엇인가, 그것에 따라서 때론 실제 피아노 소리와 굉장히 비슷한 리얼한 가상 악기를 찾기도, 혹은 실제로 녹음을 하기도 혹은 장난감 같은 피아노 소리를 원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소리가 무엇인가?” 를 알아야지만 실제 녹음을 해야할지, 혹은 어떤 가상 악기를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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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과연 “이 글이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소리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고찰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나 소리에 대한 접근을 할 때 한번쯤은 잠시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곡에 필요한 기타를 녹음할때,  단순하게 “어떤 마이크를 사용해서 기타를 녹음할까?” 라는 질문만을 던져볼 수도 있지만 “어떤 브랜드의 기타를, 어떤 줄을, 어떤 게이지를, 어떤 공간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마이크로, 어떤 마이크 테크닉, 어떤 프리엠프를 사용해서 녹음을하여 곡 안에서는 어떤 위치를, 어떤 공간감을가지고, 어떤 믹스적 요소를 가지고..” 이렇게 끝도 없는 질문을 내던저 볼수도 있겠죠. 이렇게 결과물에 대한 설계를 소리를 들어보기도 전에 해볼 수 있는 마인드도 곡 작업에서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미 그려질 그림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그림이 나올수 없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