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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두 번의 글에 나누어서 샘플링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샘플링 이야기 (1), 샘플링 이야기 (2)]. 어떠한 설정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디지털 샘플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이론적으로 알아보는 글들이였습니다. 사실 PCM, Clock 등 이야기 하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지만 짧은 글에서 최대한 많은 부분들을 다루어보려고 하였습니다.

저의 글을 보시고 “그래서 저자는 어떤 Sampling Rate 을 선호하고 사용하는가?” 라는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설정하는 방법이 진리가 아니고 그저 한 유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일 뿐이고 또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 셋업과 그 이유에 있어서 어느정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을것 같아 저의 설정법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래식/재즈 음악 레코딩

클래식 음악 레코딩에서는 Sampling Rate 을 최소 96kHz 24bit, 또는 192kHz 로 설정을 합니다. 클래식 레코딩이야 말로 정말 순수한 레코딩 엔지니어링 테크닉이 가장 많이 요구가 되는 녹음 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저는 클래식 음악은 특히, 아티스트의 소리와 연주를 하는 공간의 공간감을 최대한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녹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번 샘플링 이야기해서 다루어 보았던 컨버터의 필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녹음을 할 수 있고, 주로 스테레오 메인 페어 (Stereo Main Pair) 마이크가 소리의 뼈대가 되는 클래식 녹음에서 96kHz 나 192kHz는 44.1kHz 나 48kHz 에서보다 이론적으로 좀 더 좋은 Localization 정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44.1kHz가 놓칠 수 있는 Sampling Point 를 96kHz 나 192kHz는 놓치지 않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높은 Sampling Rate 이 주는 해택은 주파수 (Frequency Domain) 가 아닌 시간 (Time Doman)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정확한 시간차에 대한 정보는 결과적으로 좀 더 정확한 스테레오 이미지와 위치 파악 (Localization) 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번 글에서 어짜피 44.1kHz, 16bit CD 퀄러티로 내려야 하니 필요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았나?” 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시디 판매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다운로드를 이용한 음원의 판매가 시디 판매보다 높아진 것이 현실입니다. HDTracks 나 제가 일을 했었던 Pro Studio Masters 와 같은 HD 음원, 즉 24bit 이나 88.2, 96, 192, DSD 까지의 음원을 파는 High Resolution Audio 시장이 많이 성장하고 있고, 높은 퀄러티의 음원들이 손실없이 판매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높은 퀄러티의 녹음이 필요한 클래식 음악의 경우 낮은 Sampling Rate 으로 녹음을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예전에는 기술적 제한과 하드 디스크의 가격이 너무 높아 어쩔 수 없이 낮은 Sampling Rate 으로 녹음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처럼 하드 디스크의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현재에선 낮은 Sampling Rate 을 고집할 이유가 없죠. 또한 지금 나오는 A/D 컨버터들은 예전에 비하여 굉장히 그 성능이 좋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녹음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44.1kHz 와 192kHz 의 차이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구별해 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굳이 낮은 Sampling Rate 을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기 때문에, 소리에 있어서, 마켓에 있어서,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mp3 처럼 High Resolution 오디오를 스트림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지금부터의 녹음은 높은 Sampling Rate 으로 하는 것이죠. 수 년전부터 96kHz 24bit 파일을 보내는 것을 아티스트들에게 권장하였던 세계 최대의 음원 사이트인 Apple Music 이 그 음원들을 스트림 혹은 다운로드하기 시작하는 것은 정말 곧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Merging 사의 Horus 와 Pyramix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DSD/DXD 까지 녹음이 가능하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의 녹음은 현실적으로 (하드 용량)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포멧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재즈 레코딩은 88.2kHz 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레코딩 업계의 재미있는 한 부분은 지역마다 선호하는 Sampling Rate 이 존재하다는 것 이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캐나다 서부의 벤쿠버에서는 많은 재즈 녹음을 88.2kHz 로 합니다. 또 미국의 어떤 지역은 48kHz 로 많이 하죠. 뮤지션이 녹음은 저와 하지만 차후에 믹스를 다른 곳에서 할 경우 믹싱 스튜디오에서 원하는 Sampling Rate 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경우 해당 Sampling Rate 으로 녹음을 하게 됩니다. 이번 Broadway 녹음의 경우 프로덕션 하우스에서 88.2kHz 로 녹음하는 것을 계약서에 명시하였고 독일의 저명한 레이블인 Deutsche Grammophon 은 녹음 최소 스탠다드를 96kHz, 24bit 으로 하고 있습니다.

재즈도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녹음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1FS (44.1,48) 보다는 2FS (88.2, 96kHz) 을 선호합니다. 개인적으로 재즈 레코딩은 3fs (176.4kHz, 192kHz) 까지는 주로 가지는 않습니다.

인디 음악/롹/컨트리/포크 음악 녹음

위의 클래식 녹음에서 이야기 했던 많은 부분들을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96kHz 이상 녹음하는 편 입니다. High Resolution Audio 마켓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클래식 음악과 예전의 명반들 (비틀즈, 비치보이스 등)의 아날로그 Original Transfer 를 통한 디지털 High Resolution Audio 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긴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Apple Music 의 스탠다드가 96kHz 24bit 으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고, 많은 인디 밴드들이 셀프 마케팅과 직접 Distribution 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높은 Sampling Rate 을 개인적인 작업의 스탠다드로 맞추고 있습니다.

팝 음악 녹음 믹스

팝 음악 녹음은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팝 음악의 경우 모든 소스를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비트 메이커, 스트링 섹션 메이커, 세션 연주자들이 연주한 파트들, 탑 라인 메이커 등.. 모든 소스가 여러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각기 다른 DAW 를 사용하여 녹음/연주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드럼 비트를 메이킹 하는 연주자가 MPC 를 이용하여 96kHz 샘플을 찍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겠죠, 또한 팝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 로직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44.1kHz 이상의 환경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가상 악기들도 96kHz 이상으로 샘플링 된 음원을 사용하는 것이 흔하지 않기도 하죠. 이렇게 여러 스튜디오에서 모아지는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 44.1kHz 혹은 48kHz 의 포멧으로 모아지고, 또 정리가 된 프로툴스 세션의 경우 작곡가나 레코딩 엔지니어 혹은 아티스트가 이미 플러그인을 걸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세션들을 모아서 믹싱을 위하여 굳이 Upsampling 하여 96kHz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맞는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백 트랙이 넘어갈 수 있는 팝 세션의 경우 그렇게 많은 채널을 96kHz 이상으로 믹스하면 컴퓨터의 리소스가 견뎌낼 수가 없게 되죠. 마스터링의 경우 아날로그 장비의 사용을 위하여 투트랙을 96kHz 혹은 192kHz 까지 업샘플하여 다시 받는 경우도 있지만, 믹스 단계에서는 그렇게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아무리 96kHz 이상의 녹음을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모든 다른 트랙들이 44.1kHz 에 녹음이 된 상태의 세션에 보컬 오버더빙을 한다고 하였을 때, 보컬 오버더빙만을 위해서 모든 세션을 업샘플링 하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작업 방식이며 팝 믹스도 무조건 세션을 업샘플링 하여 작업하는 엔지니어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각자 작업 방식의 다른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