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단상] Pro Tools HDX vs UA Apollo 시스템 vs RME TotalMix 1편을 쓰고 난 뒤 결국 Apollo X6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ADI-2Pro 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저의 홈 셋업에서는 UFX2를 판다고 해도 크게 부족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마침 Universal Audio Arrow 도 구매를 하였기 때문에 저에게 필요한 모든 부분은 채워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요즘 너무 바쁘게 일을 하고 있고 삶에 치여서 그런지 무언가 지르고 싶은 욕구를 채우는 것이 가장 큰 지름이 이유였다.. 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되겠죠.
하지만 막상 구매를하고 나니 RME ADI-2Pro 보다 Apollo X6의 사운드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하지 라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장비를 구매함으로써 다운그레이드가 되는 셈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는 대만족으로 이제 ADI-2Pro 는 디지털 라우팅만을 담당하는 장비로 전략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게될 아폴로 리뷰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글과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제목처럼 Pro Tools HDX vs Apollo Console vs RME TotalMix 시스템이였습니다.
개인 작업자들 중에 Pro Tools HDX (지금은 Ultimate)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생각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보면 모니터링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개인 작업자들 중에 다수의 채널을 다수의 뮤지션들에게 모니터링을 주면서 녹음할 일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HDX 라는 시스템은 쉽게 생각하면 별도의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 않고 프로툴스만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모니터링을 프로툴스의 Send, 혹은 Aux 등으로 꾸려서 실시간 프로세싱은 AAXDSP 플러그인을 이용하여 (혹은 이용하지 않고) 레이턴시 없는 녹음을 진행하는 것이죠.
아날로그 워크 플로우
디지털 포멧에서 레이턴시는 많은 유저들의 골칫거리입니다.. 아날로그 녹음 방식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녹음시 발생하는 딜레이였죠. 그래서 지금도 많은 스튜디오들이 프로툴스 (녹음 기기, 즉 과거의 테이프 머신)는 그대로 놔두고 연주자와 프로툴스 사이에 아날로그 콘솔을 두고 녹음을 하게 됩니다. 이 워크 플로우는 주로 Inline 콘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마이크를 통한 소리가 채널 1로 들어와서 테이프 머신을 거쳐 다시 채널 1로 돌아오는 것이죠. (프로툴스에서도 input 1/output 1) 모니터 레벨이나 믹스 발란스는 아날로그 페이더와 샌드로 (혹은 Cue 혹은 bus output) 진행이되고 프로툴스는 녹음만을 하는 용도로 사용이 됩니다. 테이프 머신과 같은 역활이라고 볼 수 있죠. 이 작업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녹음이 끝난 뒤 프로툴스 세션을 가지고 다른 스튜디오를 간다던지 하였을 때 모든 프로툴스의 패닝과 레벨이 0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다시 셋업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에서 우린 Split Console 모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콘솔의 채널 1-24가 녹음을 위한 채널이 되고 나머지 채널들 25-32는 모니터를 위한 리턴 페이더로 전환이 됩니다. 리턴 페이더는 굳이 여러 채널을 할당할 필요도 없고 2개의 페이더만 있어도 됩니다. 혹은 페이더 없이 대다수에 콘솔에 존재하는 external input 으로 바로 모니터로 연결할 수 있겠죠. 이렇게 된다면 콘솔은 그저 마이크 프리앰프 -> 이큐-> 컴프레서 만 사용하고 모든 모니터링과 믹스는 프로툴스에서 하게 됩니다. 물론 제가 지금 설명하고 있는 inline 과 split 콘솔 모드는 사용자마다 자신의 작업 방식과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방법은 수많은 방법 중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split console 모드라면 런치 박스나 외장 프리앰프 시스템으로 스튜디오를 구성하고 콘솔이 없이 작업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SSL Duality 의 콘솔의 경우 Inline 콘솔 디자인이지만 Split 콘솔 모드도 가능하며 아날로그/디지털 하이브리드, 즉 모든 아날로그 페이더들이 프로툴스 컨트롤러로 전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콘솔의 페이더들이 리턴 페이더/Pre-Tape trim fader/프로툴스 컨트롤 페이더로 버튼 하나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능이 다른 콘솔에선 찾아보기 어렵죠. API Vision 콘솔이 대표적인 inline 콘솔이며 Neve 콘솔들은 특정한 몇 모델을 제외하곤 대부분 Split 모드 콘솔을 기본으로 합니다.
위의 Inline 콘솔, Split 모드 콘솔 혹은 런치박스/외장 프리앰프 -> 컨버터 시스템 모두 프로툴스 HDX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Universal Audio의 Console 어플리케이션은 위의 아날로그 콘솔 작업 방식을 디지털화 시킨 것 입니다.
Universal Audio Console 어플리케이션은 아날로그 Inline 콘솔처럼 마이크의 신호가 채널 1로 들어오면 채널 1을 통하여 바로 모니터링을 합니다. 이 경우 프로툴스 채널은 mute가 되어 있겠죠 안그러면 더블링이 되어서 들릴테니까요. 채널 1에 컴프레서나 이큐등 원하는 플러그인을 insert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이펙트는 Print (녹음) 할 수 있고 아니면 Monitor (모니터링만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콘솔도 대부분 이렇게 하드웨어 인서트를 모니터링만 할 수 있거나 프린트하여 녹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장 프리앰프 시스템에서는 인서트된 하드웨어를 모니터링만 하는 것은 (Split 콘솔 모드) 특정한 기기가 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겠죠.
또한 실제 아날로그 콘솔처럼 Cue 시스템을 이용하여 해드폰 믹스를 개별적으로 콘솔 어플리케이션 자체에서 만들며 (프로툴스를 사용하지 않고) 샌드를 통하여 리버브나 이펙트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Virtual Channel 을 통해서 실제 콘솔에 남는 여분의 페이더를 모니터 페이더 용도로만 쓰는 워크 플로우도 가능합니다. 즉 악기 트랙들을 가상 채널 1-2로 빠지게 해서 콘솔 어플리케이션으로 프로툴스 소리를 내보낸 뒤 그 레벨을 가지고 해드폰 믹스에 추가 한다던지 할 수 있는 것이죠. 또 다른 디지털 믹서에서 볼 수 있는 Loopback도 Virtual Channel 을 이용하여 가능합니다.
즉 Universal Audio 의 Console 어플리케이션은 실제 아날로그 콘솔의 워크 플로우를 대체하는 디지털 콘솔입니다.
즉 이 Console 어플리케이션을 단순하게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이 가지고 있는 다이렉트 모니터링을 위한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고 사용할 수 도 있지만 이 콘솔의 진짜 힘은 그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실제 아날로그 콘솔에서 작업을 할 때 16개의 드럼 트랙과 2개의 베이스 그리고 2개의 기타 트랙을 녹음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콘솔의 이큐와 컴프를 사용하고 베이스와 기타엔 다른 외장 하드웨어를 인서트하여 녹음을 합니다.
이 경우 콘솔을 이용한 모니터링을 구성했을 때, 레이턴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그널 플로우가 아날로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Universal Audio 의 Console 어플리케이션은 이런식으로 다양한 플러그인들을 인서트하여 다수의 트랙을 녹음할 때는 각 플러그인들이 가지고 있는 Delay 를 보정해줘야 합니다. 즉 Console 어플리케이션도 하나의 DAW 처럼 Delay Compensation이 작동을 해야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그 플러그인이 가지고 있는 딜레이만큼 레이턴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개인적으론 Console 어플리케이션으로 녹음을 할 때, 굳이 다수의 트랙에 인서트로 다양한 플러그인을 걸지는 않습니다. 어짜피 이렇게 멀티 트랙을 녹음하는 경우 제일 중요한건 플러그인이 아니라 마이크와 마이크의 위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보컬 녹음을 한다던지 개별 악기 녹음을 할 때는 인서트를 최대한 이용하여 뮤지션이 편안하게 녹음을 할 수 있는 시그널 체인을 꼭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드웨어 없이 하드웨어와 같은 시그널 체인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작업방식이기 때문이죠.
또한 실제 아날로그 콘솔의 경우 시그널 라우팅이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날로그 채널 1이 갑자기 AES 신호로 변화해서 다른 기기로 간다던지 하는 것은 커스톰 콘솔이 아닌 경우에야 불가능하겠죠. (적어도 제가 아는 한 그런 아날로그 콘솔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Universal Audio Console 어플리케이션도 이런 제한이 있습니다. 물론 Console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프로툴스만을 사용한다면 다양한 샌드를 이용해서 신호를 여러곳으로 라우팅하는 것이 가능하겠죠. 이렇게 UA Console과 프로툴스를 함께 사용하여 커스톰 라우팅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RME Total Mix 는..?
RME의 토탈믹스는 디지털 믹서입니다. 원하는 채널의 소리를 원하는 아날로그던 디지털이던 원하는 아웃풋으로 자유롭게 보낼 수 있으며 원하는 트랙들을 바로 USB 로 녹음할 수도 있습니다. 토탈믹스가 제공하는 EQ와 컴프레서를 사용할 수 있으며 리버브와 에코도 샌드를 통해서 제공합니다. EQ와 컴프레서는 Console 어플리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녹음을 할지 모니터링을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워크 플로우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받쳐주는 한 모든 인풋과 아웃풋으로 자유롭게 시그널을 라우팅할 수 있는 점은 프로툴스의 믹서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Loopback 기능도 지원합니다. OSC 컨트롤과 아이패드까지 지원하며 별도의 모니터 컨트롤러 ARC 를 구매해서 토탈믹스를 컨트롤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디지털 믹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지원하는 올인원 소프트웨어 입니다.
단점은 그만큼 사용법이 어렵습니다. 예전에 베이비페이스 프로를 처음 쓰면서 이러한 라우팅의 간편함과 자유로움에 주변에 상당히 추천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토탈믹스를 잘못 사용하여 피드백을 만들어 스피커의 트위터를 날려먹는 등.. 사건사고가 많이 있었고 라우팅을 이해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디지털 믹서를 이용해보지 않은 유저라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요즘은 RME Babyface Pro보다 UA Arrow 나 Twin 을 더 추천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이미 inline 콘솔 모드와 Split 모드 콘솔 모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부분의 독자층이 “뭔소리여..?” 하며 글 읽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워크 플로우에 있어서 더 깊게 들어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너무 깊은 주제라 이렇게 눈에 띄는 그리고 겉만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해보자면,
Universal Audio 의 Console 어플리케이션은 아날로그 콘솔의 디지털화, 대부분의 DAW 믹서를 이해하고 있다면 간편하게 사용이 가능. 아주 간단한 다이렉트 모니터링 워크 플로우부터 복잡한 멀티 세션 셋업까지 쉽게 가능. 제한적인 시그널 라우팅의 단점.
뮤지션과 작곡가를 위한 맞춤형 워크 플로우
RME TotalMix 시스템은 말그대로 디지털 믹서, 처음 적응이 굉장히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엄청나게 자유로운 시그널 라우팅과 다양한 외부 장비 (OSC,iPAD 등)를 지원.
로케이션 녹음,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시스템 테스팅에 맞춤형 워크 플로우
두 시스템 모두 프로젝트 스튜디오및 녹음실 워크 플로우까지 카버할 수 있으나 실제 하드웨어 컨트롤러와의 지원이 없이는 (예, HDX 와 Avid S3,S6 컨트롤러) 완벽하게 아날로그 콘솔을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스튜디오 워크 플로우를 대체할 수 없음.
둘 중 하나의 시스템을 추천해야 한다면 TotalMix에 비해 제한적인 시그널 라우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다양한 시그널 라우팅을 사용하는 유저는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사용이 쉽고 좀 더 뮤지션과 작곡가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Universal Audio의 손을 들어주고 싶음.
이렇게 급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
이런내용 재밌고 좋네요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던 내용들 알수있고 또 각 시스템별로 주수님 의견 들을수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저 개념알고 ua 콘솔을 대하는거랑 모르고 대하는거랑 느낌이 완전 다르게 느껴지네요
프로툴 HD에서 모니터 주는거나 라우팅하는게 편리하다면 아폴로에서는 믹스때 자주사용하던 플러그인으로 익숙한 소리를 만들어주는 차이가 있는것같습니다
녹음실을 만들고 있는데 많은 정보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