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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이념과 정치적 관계를 뒤로하고, 우리가 정말 얼마나 북한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 가끔 생각해 봅니다. 수 년전 제가 기타를 가르치던 나이가 조금 있으신 학생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연변에서 자라서 중국에서 생활을 하시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오게 된 분 이셨습니다. 그 분이 어느 날은 예전 영화 쉬리에서 나온 “When I dream” 이라는 곡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악보가 있으시다면서 꺼내 신 악보 노트는 지금처럼 프린트가 된 악보가 아닌 누군가가 손으로 직접 그린 악보였습니다.

“이 악보는 직접 적으신 건가요?” 하고 놀라며 제가 물어보자,

“예전 기타 선생님이 적어주신거에요” 라고 말하며 그 기타 선생님은 중국에서 만난 북한분 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학생분이 말씀하시길, 중국에는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와서 여러방면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우연히 이 분을 알게되서 기타를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학생분은 영화 쉬리를 너무 좋아해서 그 북한에서 오신 기타 선생님께 그 곡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드렸는데, 그 북한분은 손사레를 치며 남한 영화는 보지 않겠다 하면서 음악만 들려달라고 하신 뒤, 음악 시디를 드리자 몇일 뒤 악보를 직접 그려왔다고 하셨습니다. 음악을 하는 북한 분이 아닌, 우리가 흔히 음악을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배우듯, 정식 교육을 받으면서 음악을 배워서 기타도 북한에서 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When I Dream 이라는 곡이 어려운 곡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 음악을 듣고 완벽한 서양 악보 기법 방식대로 모든 코드와 반주 멜로디를 완벽하게 적은 그 악보를 보면서 저는 감탄을 금치 못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북한에서 가능하구나 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죠.

저의 엔지니어 친구 중 한 친구는 약혼녀가 변호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약혼녀는 홍콩을 오가면서 로펌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홍콩에서 한 오프라인 음반사에 가서 시디를 사다가, 제 엔지니어 친구가 좋아할 것 같다며 한 시디를 사 오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그 시디를 받자마자 저에게 전화를 해서 “야! 북한 오케스트가 앨범을 구했는데 정말 신기하다 한번 들어볼래??” 라고 하여서 저는 정말 놀라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북한에도 오케스트라가 있겠지만, 녹음을 해서 앨범을 발매하여 그것들이 중국에서 유통 중 이라니..

친구는 그 시디를 맥길 대학원 수업에 가져와서 대학원 생들과, 17개의 그래미 상에 빛나는 살아있는 클래식 음악 프로듀서인 Steven Epstein 교수님과 함께 다 같이 그 음반을 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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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과 교수님은 당연히 소리가 이상할 거라고 놀릴 준비를 하고 음반을 틀었는데, 정말 높은 퀄러티의 소리를 들려 주어서 놀라게 되었습니다. 음악의 구성은 풀 오케스트라 사운드 였으며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같은 서양 작곡 음악이 아닌 북한의 음악이였습니다. 음악 자체는 서양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에 비하여 조금 간단한 멜로디의 편곡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녹음 퀄러티만 보자면 현대 음반들에 뒤지지 않는 사운드를 내 주고 있었죠. 오케스트라 음반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녹음이 아니라는 점을 가만한다면, 콘서트 홀의 어쿠스틱, 악기들의 퀄러티, 연주력, 사용된 장비까지 어느 것하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와 엄청난 사운드다!” 라고 놀랄만한 사운드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나쁜점을 콕 집을 정도로 부족한 것은 아니였죠.

또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한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였습니다. 물론 북한의 식량 문제부터 도시와 도시 외부의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질의 차이는 심각한 문제이고 지금도 힘들게 고통받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오케스트라나 기타를 취미로 배우는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극 소수에 이르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겠죠. 그러나 북한에 대해 이런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접하게 되는 경험은 아주 특별한 것이였기 때문에 이렇게 하나의 글로 공유를 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