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리얼 레코딩 보다 미디를 먼저 접했습니다.

어릴 적 부터 제 음악을 하고 싶어서 밴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사정 상 그러지 못하여

그러면 집에서 혼자서라도 모든 파트를 연주하거나 만들어 보자 해서 미디를 접하기 시작했었죠.

그렇게 미디를 접했던 것이 거의 10년 전 입니다.

그때도 미디의 사운드는 굉장히 좋았지만, 그래도 소리가 미디라는 것이 티가 났죠.

리얼하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났었습니다.

 

요즘 같은 경우는 말이 MIDI 지, 대부분의 가상 악기들이 샘플 기반의 엔진을 사용하면서

미디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 퀄러티가 굉장히 좋습니다.

제가 이 년전 정도에 구매했던 NI 사의 Komplete 시리즈는 정말 좋은 사운드를 많이 담고 있었죠.

그 중에서도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리얼하다고 생각했었고 좋아했던 소리는

Studio Drummer 였습니다.

 

Main_Page_Session_Kit_L

 

킥, 스네어 top, 스네어 bottom 소리 등을 리얼 녹음을 한 것 처럼 블랜드 (Blend) 할 수도 있고

스네어에 킥 드럼 소리가 얼만큼 스며들었는지 (Bleed) 의 수치까지도 조절할 수 있죠.

 

native-instruments-studio-drummer-277811

 

거의 리얼 녹음과 같은 상황을 제공하는 것이죠. 룸 마이크도 여러개가 있어서 그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저는 이 스튜디오 드러머를 사용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 정말 리얼 레코딩이 필요한가..? 이 정도면 미디만 가지고 앨범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드럼 뿐만 아니라 기타 엠프 시뮬레이션 플러그인들, 그리고 베이스, 스트링, 관악기 등.. 모든

가상 악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였죠. 미디만 잘하면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였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작년 초 부터 지금까지 일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디 에는 손을 거의 못 대고,

아티스트로써, 세션 연주자로써, 녹음실 어시스턴트로써, 그리고 엔지니어로써 녹음실에서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운이 좋아서 다양하게 많은 악기를 녹음할 수 있던 기회가 생겼었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미디를 잊고 있다가, 여름에 미디를 다시 시작해 보자 하고

그동안 밀린 업데이트로 몇 일을 보낸 뒤, 미디를 처음 접하는 아는 친구를 집에 불러서

오랜만에 가상 악기를 열어 보았습니다.

 

이 아는 친구는 이제 막 미디에 입문하는 친구라 저는 “미디의 위대함”(..) 을 보여주기 위해

스튜디오 드러머를 바로 켜서 그루브를 샘플로 들려주었죠.

역시 그 친구의 반응은 “와 진짜 리얼하다.. 어떻게 이러지..” 라고 놀라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같이 듣던 저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생각이 스쳐 들더군요.

“왜 이렇게 가짜 같지..?””이건 리얼 드럼 소리가 아닌데..”

“녹음으론 이런 소리가 나올 수가..”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질감 이랄까요?

 

무엇이 저의 생각을 바뀌게 했을 까요?

그것은 리얼 녹음을 해보기 전과 후 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리얼 악기의 소리에 얼만큼 노출이 되어있었느냐 에 대한 차이이기도 합니다.

 

홈 레코딩에서 가상 악기를 사용하시는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링 쿼텟 연주를 콘서트 홀 에서 본 것이 언제인지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어떤가요?

인디 롹 밴드의 공연에 가서 드러머에 옆에서 있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재즈 쿼텟 연주는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마샬 엠프 앞은 어떤가요?

 

실제 악기의 소리를 실제 연주자가 실제 공간에서 연주하는 소리를 모르는데,

어떤 사운드가 리얼 한지 아닌 지를 어떻게 구분해 낼 수 있을까요?

 

음악 커뮤니티에서 음악 믹스와 관련 된 질문들을 보다 보면

“믹싱이란 무엇이죠?”

“믹스할 때 뭘 해야 하죠?”

“리버브는 어떤 것이 좋죠?”

“베이스 기타 믹스할 때 컴프레서 세팅은 ratio 5:1 로 하면 되나요?”

같은 질문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믹스란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드는 것 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는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것 이죠.

그리고 그 소리가 머리속에 들어가기 위해선, 그만큼 음악에 노출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음악을 시디를 사서 들었던 시간,

그리고 실제로 악기의 소리를 들었던 시간들이 합쳐져야 하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무언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믹스를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린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녹음을 할 수 있을까요?

 

믹스는 레코딩에서 부터 시작이 됩니다.

레코딩이란 연주자, 악기의 선택부터 마이크의 선택, 공간의 선택, 마이크 프리엠프의 선택이죠.

그 선택은 자신이 원하는, 듣고싶어 하는 소리를 만들기 위한 선택 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안다면

“믹스하고 있는데 컴프랑 이큐랑 리버브 좀 만지고 있는데 또 뭘 만져야 하죠?”

라는 질문은 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입니다.

 

최고의 사운드를 고집하는 뮤지션들이 리얼 레코딩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 소리를 알기 때문 입니다.

그렇다고 이 글에서 제가 MIDI의 소리를 나쁘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소리를 제대로 안다면, 더 MIDI를 잘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죠.

 

미디를, 가상악기를 더 잘 쓰기 위해선 미디의 대한 이론과 사용법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공연장에 가서 직접 소리를 들어보는 것

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집에서 가상악기를 사용하시는 여러분, 여러분이 사용하는 가상 악기가 리얼한지 아닌지 알고 싶으시면

주말에 가까운 공연장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