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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 온지 3년 이제 떠날때가 된 것 같습니다. 몬트리올에 처음 도착했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4월을 끝으로 모든 대학원 과정은 끝이 났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아직 끝이라는 것이 실감은 나질 않습니다. 이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남겨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글을 써내려 봅니다.

지난 3년간 아주 많은 분들이 맥길 대학원에 대한 궁금증을 이메일로 물어봐 주셨습니다. 또 제가 여기에 있는 동안 여러 분이 유학을 오셨고 한 분은 준비 과정을 마치셨습니다.

“맥길 대학원이 그만큼의 돈과 시간을 투자할만한가?” 라는 질문에는 항상 송구스럽게도 저는 캐나다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시는 유학생들보다 아주 저렴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의 경제적 사정으로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작년에 미국에 갔을때 맥길 대학원의 4배의 학비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유명한 대학교에 견학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학비만 4배, 생활비도 3~4배나 내야하는 그 곳에는 단 하나의 스튜디오가 존재하였고 그 스튜디오 마저 20~30명의 학생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자신의 레코딩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맥길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축복이였는지 깨닫게 되었죠. 단지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서 공부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맥길이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8개의 스튜디오 그리고 8개의 다른 녹음 장소. 한 학년에 8명 정원, 총 대학원생의 숫자는 16명.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내 매일 다른 스튜디에서 녹음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 홈 레코딩에서 사용하는 저가의 인터페이스부터 고가 인터페이스 그리고 스튜디오 급 환경, 아날로그 콘솔, Audio over IP 를 지원하는 Horus 가 3군대에 설치, 모든 스튜디오가 Mac 과 PC를 사용하고 프로툴스, Pyramix 의 환경, Pro Tools HD 시스템부터 Merging Masscore 시스템, Ravenna, Dante, MADI, DADMAN 시스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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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하나의 시스템이 안전하게 돌아가는 그런 교육 환경이 아닌 모든 스튜디오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시스템을 배워야 하며 그 모든 시스템의 장 단점을 배우고 문제가 생겼을시 이겨내야 하는 방법을 숙련하게 되어 차후 어떤 시스템에서 일을 하게 되던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팝 녹음뿐만 아니라 재즈, 클래식, 오케스트라, 몬트리올의 멋진 교회들로의 로케이션 녹음, 몬트리올 에니메이션 학교들과의 연계를 통한 영화 음악, Forley 녹음, 서라운드 부터 3D 레코딩, 바이노럴 레코딩/믹싱 그리고 현재 세상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테크놀로지들을 맥길에서 베타테스트를 하고 있음에서 새로운 기술을 미리 맛볼수 있는 기회까지.. 이렇게 써내려 가면 갈 수록 지난 3년동안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하였구나 하며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교육자가 아닌 실제 현업에서도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17개의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Steve Epstein 그리고 이제는 너무 많아서 그래미가 몇 개인지 계속 까먹는 Richard King 교수님, 음향계의 전설 George Massenburg, 20대에 유럽에서 건너와 캐나다 몬트리올로 건너와 맥길 사운드 레코딩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금까지도 맥길에서 교육자로 계신 Wieslaw Woszczyk 교수님. 또 분기별로 맥길을 방문하는 수많은 세계의 톱 엔지니어들과 교육자들과의 교류는 이 세상이 얼마나 넓고 엄청난 사람들로 가득한지 매번 깨닫게 되게끔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본인 하기 나름 입니다. 대학원에 들어와 졸업을 할 때까지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의 반도 채 시도도 하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들도 많고 학교의 수업/작업량을 따라가지 못해 어영부영하다가 졸업을 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저는 “이 정도면 저 친구들 보단 낫지..” 가 아닌 “더 열심히해서 쟤네가 못 배운 것들을 다 배워줄테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학교에 임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대학원 2년 내내 전과목 A 그리고 2년 연속 맥길 사운드 레코딩 최고의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Bradley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여기서라도 자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몰라줄 것 같아… 자랑을..). 어릴때부터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청소년 시기에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항상 낙제만 안하면 다행이지 라는 점수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저에겐 이런 점수를 받는 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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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길 대학원을 오지 않고 대학교를 졸업한 토론토에 남아서 계속 프리렌서로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처럼 음악이던 장비던 그 어떤 것이던 몸으로 부딪혀서 배우기 보다는 항상 한계에 부딪혀 넘어지고 포기했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맥길에서 공부를 하면서 좀 더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과 귀를 열고 음악이던 장비던 기술이던 그 어떤 것에던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맥길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과의 관계 입니다. 8명이라는 소수의 인원으로 3년동안 매일 매일 부딪히며 동거동락한 친구들, 졸업하자마자 남이 될 지도 혹은 평생 남는 조력자로 남게될지도 모르는 일 이지만 각자 아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이 친구들과 매일 매일 지내며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싫어할 때도 많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를 채찍질하며 서로가 더 좋은 엔지니어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자극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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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파티에서)

자 그럼 이제 다음은 어딘가? 라는 큰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음악과 음향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좋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도전하세요! 음향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합니다!” 라고 글을 남기고 싶지만 음악으로 살아남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것이 요즘 인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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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을 떠나 이번 여름은 미국 Massachusetts주에 있는 Tanglewood 에서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2016년 클래식 베스트 퍼포먼스 그래미를 받기도 한 Boston Symphony Orchestra 에서 3개월간 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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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이 된 것은 아니지만 ^_^;.. BSO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국적으로 보스톤 오케스트라 뿐만 아니라 Tanglewood 에서 매일 이뤄지는 콘서트의 녹음, Broadcast 믹스, 라이브 사운드 등의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Joshua Bell, Yo-yo Ma, James Taylor, Chick Corea 등 평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녹음하게 될 예정이라 아주 신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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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 블로그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지 계속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할지 여러 걱정이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대한 꾸준히 놓지않고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10월 달 쯔음에는 잠시 한국에 가게 될 예정 입니다. 더 자세한 날짜가 나오면 또 글을 쓰게 되겠지만.. 오프라인 세미나등을 기획하여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것들을 나누게 될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글들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