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8P


음악 장비를 구매할 때 우리는 그 장비의 성능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하고 알아보고 구매를 하곤 합니다. 아주 흔한 방법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물어보는 것이 있죠.

“A 인터페이스랑 B 인터페이스 중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데 어떤게 더 좋나요?”

다양한 유저분들의 다양한 답변을 참고로 구매에 참고를 하는 하나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직접 악기점을 방문하여 직원들에게 어떤 제품이 많이 나가느냐 등의 질문과 직원들의 추천으로 구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다, 나는 독고다이.. 스스로 알아보겠다 결심하고 제조사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쁜 사진들을 보고 또 스펙 링크를 눌러서 제조사가 제공한 제품의 Specification 을 직접 보고 비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질문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A 인터페이스는 D/A 다이나믹 레인지가 117dB 인데 B 인터페이스는 119dB 네요. 가격은 A가 더 비싼데 이럴땐 2dB 나 더 좋은 B 를 사는게 당연한 이득이 아닌가요?”

이렇게 인터넷에 나와있는 제조사의 스펙 정보만 보고 한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좋다고 결론 지으는 것이 왜 좋지 않을 수도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조사의 사이트에 가서 직접 스펙을 보면 다음과 같은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Screen Shot 2015-08-24 at 8.16.15 PM

또 다른 제품을 봐 보도록 하겠습니다.

Screen Shot 2015-08-24 at 8.15.37 PM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겠습니다.

Screen Shot 2015-08-24 at 8.30.17 PM

이 외에도 우리는 아주 다양한 방식의 제조사 스펙을 볼 수가 있습니다. 세 제품의 가격은 천차 만별이지만 스펙만 본다면 어떤 제품이 가장 비싼건지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스펙에 사용하는 용어의 스탠다드는 없기 때문에 dB, dBu dBA, dbv 등 아주 다양한 그리고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표기 방식이 나오고, 또 A-Weighted , Un-weighted, 표기 없는 weighted, 레퍼런스 레벨의 표기 방식, 스탠다드, 레퍼런스가 없는 측정치 등. 자세히 알고 깊게 들어가면 통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스펙만 보고 비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스펙을 표기할 때 제조사는 세 가지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 측정, 이론적인 스펙,  칩셋 회사의 스펙 입니다. 이것들은 무슨 의미일까요?

실 측정 스펙은 제조사에서 제품을 만들고 완성하여 직접 테스트 장비를 가지고 인풋 부터 아웃풋까지 실제로 소비자가 사용하는 환경에서 제품을 측정하여 표기하는 방식 입니다. 하지만 실측정 이라고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어떻게 측정을 했는지는 소비자가 알 수가 없죠.

이론적인 스펙이란 이 부품, 이 부품, 이 부품을 사용했을 때, 그 부품들의 스펙들의 궁합에 의하여 이런 스펙이 나올 것이다 라고 이론적으로 얻어 낸 스펙을 적는 것을 말합니다.

칩셋 회사의 스펙은, 제조사에서 제품을 만들 때 그 안에 사용되는 칩셋들이 있습니다. 마이크 프리엠프 단, A/D D/A 컨버터, 해드폰 엠프 등, 칩셋을 스스로 만드는 회사는 없죠. 모두 칩셋을 사와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칩셋들간의 궁합을 만들고 설계하여 제품을 완성하는 것 입니다. 어떤 제조사들은 실 측정이 아닌 칩셋의 스펙을 자신들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스펙으로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제품의 스펙은 엄청나게 좋아지겠죠. 칩셋 달랑 하나만 측정 하는 것과, 수많은 아날로그 회로, 전기, 칩셋들간의 궁합등, 변수가 엄청나게 많은 회로의 측정 치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게 벌어집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많이 쓰이는 컨버터 칩셋을 예로 봐 보겠습니다.

Screen Shot 2015-08-24 at 8.41.00 PM

이렇게 칩셋 자체의 스펙이 존재합니다. 해당 스펙을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하는 제품들이 존재하고 말이죠. 어쨌든 칩셋의 스펙이기 때문에 거짓말은 아니니까요.

아래 제품의 경우 마이크 프리엠프 입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죠.

Screen Shot 2015-08-24 at 8.43.00 PM

Screen Shot 2015-08-24 at 8.42.45 PM

마찬가지로 마이크 프리엠프 칩셋에도 스펙이 존재하고 해당 스펙을 그대로 제품 스펙에 사용하는 경우는 다분 합니다. 아래 기어슬럿 사이트에 올라온 링크를 가 보시면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이 어떤 칩셋을 사용하는지 둘러볼 수 있습니다. 왠만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모두 나열이 되어있는 것 같네요.

https://www.gearslutz.com/board/geekslutz-forum/542009-audio-interfaces-their-ad-da-chips-listed.html

잘 만든 기기란 무조건 스펙이 좋은 칩셋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품들 간의 궁합과 설계에 의해서 만들어 집니다. 마이크 프리엠프의 경우 파워 서플라이를 제품 안에 설치하느냐, 밖에 하느냐, 안에 하는 경우 어디에 위치할 것이냐, 어떻게 위치할 것이냐 등 파워 서플라이 하나만 가지고도 엄청나게 다른 스펙의 제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Grace 프리엠프가 “op 엠프 하나 달랑 넣어놓고 몇 백만원의 가격을 요구하는 마이크 프리엠프다” 라고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잘 만든 op 엠프의 디자인이다” 라고 말하면 수긍을 할 수 밖에 없듯이 말이죠. 모든 제조사가 실측정 스펙을 양심적으로 표기하면 좋겠지만, 이미 수많은 회사들이 그러지 않고 있고, 실측정 스펙을 표기하면 그렇지 않은 제품들과의 비교가 되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떤 회사는 이러한 경쟁구도 때문에 스펙 표기란에 “실측정 스펙” 이라는 문구를 혹은 “이론적인 스펙이나 칩셋 제조사의 스펙이 아닌 실 측정 스펙입니다” 라는 문구를 넣기도 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Screen Shot 2015-08-24 at 7.58.04 PM

자 그래서, 이 글이 결론지으려는 것이 “제조사의 스펙은 거짓이다! 믿지 말자!” 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지만 좀 더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이런 스펙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제조사가 “할 수도”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고 싶었습니다. 비 양심적인 제조사가 있다면 양심적인 제조사들도 있는 것이고, 실 측정 스펙을 높히기 위하여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제품 구상을 하고 설계를 하는 엔지니어들은 세상에 많이 있으니까요.

이제는 우리가 10만원 대의 제품의 스펙이 100만원 대의 제품의 스펙과 같을 수도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A 제품이 B 제품보다 스펙이 2dB 높으니까 사야지” 라는 마음보다는, 이 제품이 내가 사려는 가격대의 적절한 제품인가, 나의 상황에 맞는 제품인가,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가, 아웃풋은 적절한가, 마이크 프리의 숫자가 나에게 필요한가, 등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통하여 제품을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은 제품의 비교를 할 수 있는 방법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