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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을 하면서 페이스북 페이지/ 블로그/ 유투브/ 트위터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이런 저런 종류의 질문들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지식 안에서는 언제나 대답을 해드리고 있는데, 여러 종류의 질문들 중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질문들이 바로 -진로상담- 질문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질문들은 몇 번이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라는 개인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아서 진지한 걱정과 고민을 공유했을 때, 너무 쉽게 대답을 할 수도, 또 잘못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슬픈 이야기 이지만 저 자신조차 확신을 가지고 설계를 할 수 있는 미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음향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어떻게 하면 되죠?” 라는 질문에 “아주 좋은 결심이네요! 열심히 하시면 큰 엔지니어가 되실거에요!” 라는 대답을 드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렇게 제가 자주 받는 진로에 관한 고민은 “음향 엔지니어가 꿈인데 어떻게 설계를 해야 하죠?” 그리고 “음향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이죠? 어떠한 길 들이 있나요?” 라고 추려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어떠한 길들이 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려 합니다.

음향 엔지니어라는 것은 하나로 꼭 집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한 마디로 표현해야 한다면 “소리에 관여하는 사람” 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네요.

5인조 롹 밴드가 있습니다. 열심히 연습실에서 연습을하고 공연도 돌아다니면서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이제 그들의 첫 앨범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그들의 머리속에 확고히 존재하고 연주할 수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사운드를 그들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두 개의 스피커를 통하여 들려주어야 하는 법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음향 엔지니어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밴드와의 상의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밴드가 원하는 소리를 녹음 합니다. 기타리스트가 원하는 톤을 기타 엠프에서 나와서 우리의 스피커들로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녹음에 전문성을 가지는, 이것은 음향 엔지니어가 레코딩 엔지니어 (Recording Engineer) 로써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되겠죠.

이렇게 녹음을 한 여러가지 악기들. 드럼, 기타, 보컬 등등. 여러가지 소리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여러가지의 소리이지만, 하나의 소리로 청취자들의 귀에 들려야 합니다. 혹은 하나의 소리 하나하나가 개성을 가지고 들려야 합니다. 이것들을 잘 섞어서 (mixing) 다듬는 것을 음향 엔지니어가 하게 됩니다. 믹스 엔지니어 (Mix Engineer)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말이죠.

총 8곡의 곡들을 녹음하였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믹스를 마쳤습니다. 이제 그 여러 곡들이 하나의 앨범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올 시점입니다. 각 곡들과 곡들의 사이에 들어갈 적절한 시간, 각 곡들과 곡들의 미세한 소리의 차이를 하나로 다듬어 주고 레코딩 엔지니어, 믹스 엔지니어 그리고 아티스트, 프로듀서들이 듣지 못했던 혹은 생각하지 못했던 마지막으로 이 음원들을 다듬을 시간 입니다. 이 것은 마스터링 엔지니어 (Mastering Engineer) 의 일 입니다.

이제 음원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어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대에서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현장 음향, 즉 라이브 사운드 (Live Sound) 엔지니어는 공연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관객들과 뮤지션들과 호흡하며 음악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공연은 실황으로 레코딩 엔지니어에게 녹음이 됩니다.

밴드의 음원은 이제 방송국을 통하여 라디오, 그리고 드라마, 예능까지 퍼져갑니다. 전파를 통하여 시청자들에게 보여지고 들려질 화면속 음악 그리고 마이크로 녹음된 방송인들의 목소리, 방청객 소리등.. 누군가는 그 뒤에서 그 소리들의 녹음하고 발란스를 잡고 필요한 부분들은 다듬고 있습니다. 포스트 프로덕션 엔지니어 (Post Production Engineer) 라는 이름을 가지고 말이죠.

그들의 음악이 라디오에 나오고 광고가 나옵니다. 30초 짜리 광고가 지나갑니다. 음악이 흐르고 “캔뚜껑을 열면! 참치가!!” 라고 누군가 이야기를 하네요. 아참, 누군가는 그 광고 음악을 만들어 녹음/믹스/마스터링을 하였겠고, “캔뚜껑을 열면! 참치가!!” 라는 소리를 누군가의 녹음실에서 녹음이 되어 광고 음악과 소리가 어울러 졌겠군요? 그런 성우들과의 작업을 우리는 Voice Over Proudction 혹은 Voice Over Engineer 라고 합니다.

밴드의 음악을 접한 한 음반 회사에서 (Record Label) 밴드와의 접촉을 시도 합니다. 이 회사에서 아주 오랫동안 좋은 아티스트를 배출한 AR (Artist Relations) Coordinator, 즉 음반 회사와 아티스트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매니저 입니다. 그 회사에는 음반 제작자 뿐만 아니라 녹음된 음원들을 아이튠스, Spotify 등 여러 음원 회사에 배포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음향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아티스트들의 소리와 대중을 이어주는 일들을 하고 계시죠.

밴드의 2집 녹음이 가까워 졌습니다. 첫 앨범의 성공으로 어느정도의 예산이 생겼습니다. 밴드는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녹음실에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앨범에 새로운 시각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음악적 그리고 음향적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밴드를 도와줄 뮤직 프로듀서 (Music Producer) 가 그들의 곁에서 새로운 맴버처럼 음악에 같이 관여하고 음반을 제작합니다. 음향 엔지니어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도과 경험으로 프로듀서 라는 이름으로 앨범에 참여하게 된 것이죠.

밴드는 어느덧 국민 밴드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차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스튜디오를 설계해야 하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소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Acoustician) 에게 스튜디오 설계 음향에 대한 조언을 받습니다. 그 전문가는 스튜디오 설계 뿐만 아니라 라이브 클럽 건축, 교회 건축, 회사 음향 설계 등 우리가 살면서 흔히 생각지도 못했던 “음향 건축”에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분 이였습니다.

이렇게 음향 엔지니어라는 이름으로 혹은 다른 이름으로 녹음실, 방송국, 공연장, 영화, 드라마, 게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교육계 등, 아주 다양한 분야의 길이 존재합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분야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무한~도전!” 에서 멤버들이 뛰어다니면서 추격전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각 멤버의 오디오를 현장에서 녹음 하고 있겠죠. 북극에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갔습니다. 현장의 소리를 서라운드 5.1로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 리얼한 현장의 소리를 담는 엔지니어도 있겠죠 (Field Recording). 영화, 드라마에 들어가는 각종 효과음 (문 닫는 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등,) 을 녹음을 하는 Forley 소리를 녹음하는 전문 엔지니어도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혹은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자신에게 더 맞는 쪽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뛰어들 수도, 혹은 여러 방면에 걸쳐서 다양하게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난 레코딩 엔지니어가 될거야!” 라고 한 가지의 방향만을 정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나 여러가지의 가능성 생각해 두고 다양한 기술을 배워나가는 것도 좋겠죠.

좋은 예제가 아니였을지도 모르지만 간단한 이야기를 통하여 음향 엔지니어 혹은 소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몇가지 일 그리고 진로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제가 미처 나열하지 못한 수많은 방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눈과 귀를 열고 가능성을 열어두면 더 많은 길이 열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위에 나열한 그 어떤 길도 쉬운 길은 없습니다. 음향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결코 다른 분야보다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것이 어디있을까요? 그 어떤 분야던 어려운 현재,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소리이고 음악이고 음향이라면 이왕 어려울 거, 이왕 힘들 거 차라리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고생하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