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할 일 들이 있어 오랜만에 토론토에 있는 본가에 갔습니다.
오래된 짐들을 정리하다가 제가 제일 처음 구매했던 오디오 인터페이스 박스를 발견했네요.
당시에 230불을 주고 샀으니.. 나름 최저가 상품을 골랐었습니다.
학생이고.. 돈도 없고..
그 뒤로도 참 많은 인터페이스를 사용 했었네요.
바꾸고 또 바꾸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인터페이스를 바꾸면 뭔가 작업이 더 잘되고 음질도 좋아지고 모든 것들이 향상 될 거라는 기대에 말이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요즘에는 저의 첫 오디오 인터페이스보다 훨씬 좋은 제품들이
훨씬 낮은 가격에 시중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낮은 예산으로도 홈 스튜디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이 10년 전에 비하여 훨씬 좋아졌을까요?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음악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제품들이 많고.. 끝도 없는 플러그인들.. 가상 악기들… 장비들..
4 트랙 레코더 하나밖에 없었던 시절에도 비틀즈는 좋은 음악을 만들었는데 말이죠.
그거 밖에 없으니까 그거 하나로 지지고 볶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
지금은 플러그인 하나면 5초안에 해결될 딜레이도 테이프를 감고 돌리고 비비고….해야 했던 시절.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4트랙 레코더 하나면 되었던 시절도 있는데 이제는 열 개.. 스무개.. 혹은 백 개가 넘는 트랙들.
재즈 음악을 한창 공부하던 때 들던 생각과 비슷합니다.
이제는 모든 자료들이 인터넷만 가면 다 있고. 악보도, 음악도 검색 한번이면 나오는 세상.
loop 을 돌려서 연습하는 것.. 자신의 연주를 녹음하는 것 등.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왜 아직도 1930~60년대의 재즈의 대가들과 같은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나오지 않을까.
오히려 그 때처럼 곡 하나를 듣기 위해선 멀리 있는 레코드 샵에 가서, 수많은 LP 사이에서
고르고 골라서 산 한 장의 음반의 가치를 알고,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던 그 음악에 대한
간절함과 사랑이 부족한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의 연주가 궁금하면 클릭 한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투브가 아닌
늦은 밤 클럽에 가서 라이브 음악에서 나오는 그 생생함과 살아 있는 음악을 들을 줄 알았던
그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그 음악이였기에 지금 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듣는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발견한 텅 빈 오디오 인터페이스 박스 하나를 바라보며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하루 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술의 발전이.. 음악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컴퓨터와 오디오인터페이스때문에 고민 중인 지금…
효율적인 선택은 뭘까요…
효율적이든 그렇지 않든 결국 선택의 책임은 제 몫…
저의 첫 오디오 인터페이스랑 같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네요 지금은 렉시콘을 쓰지만 첫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썼던 UA-25EX 는 아직도 훌륭히 사용되고 있답니다
저의 첫 인터페이스는 어디로 갔는지 누군가를 빌려줬는데 사라져 버렸습니다..
거의 모든 아끼는 물건들은 그렇게 사라져 가는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문제죠 ㅎㅎㅎ
늘 느끼는건데 뭔가 짠함을 주시네요 옛날엔 정말 트렉 네개 면 감동은 전달이 가능한데 이젠 더많은게 필요하다 생각하고 더많은걸 요구하게 되고… 기술의 발전으로 가격이 낮은 장비들이 쏟아져 나와서 기분좋지만 한켠으로는 불안한 시대지요… 내가 내돈주고 이렇게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나감 사람들이 알아는 봐줄까… 나 좋다고 혼자 떠들고 혼자 연주하고 녹음해서 들려줄려면 너무 많은 과포화로 인해 묻히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도 밀려오네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선 좋은 음악은 필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치 제가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저의 네트워크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저의 존재조차 몰랐을 거라는 것과 같은..
제가 할말이 없네요..ㅎㅎ
아마 저도 이제 대학을 곧 졸업 예정인데 취업 문제도 겹치다보니 더 걱정되 생각이 짧았던거 같습니다..
생각이 짧으시다뇨..!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것으로 이미 넓게 보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도 항상 앞날을 걱정합니다.. 밝은 앞날만을 기대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거라는 희망으로..